세계

트럼프 폭탄선언, "그린란드 공짜로 쓰겠다"

기사입력 2026-01-23 14: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극의 지정학적 판도를 뒤흔들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권 주장 대신, 시간과 범위에 제한이 없는 '영구적이고 전면적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협상을 유럽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과거 부동산 거래처럼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하다 국제적 망신만 샀던 트럼프 행정부가 보다 현실적인 '플랜 B'를 가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중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접근권 확보의 핵심 목표가 군사적 활용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원하는 만큼의 기지를 두고 원하는 장비를 갖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능가하는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을 그린란드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을 '대가 없이' 얻어내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이다. 그는 접근권 확보의 대가로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히려 '골든돔' 건설 자체가 그린란드의 안보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미국이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폈다. 이는 유럽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정당한 비용은 분담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나토(NATO) 동맹국들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이러한 전략 선회는 북극 항로와 자원을 둘러싸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안보 전략과 깊숙이 맞닿아 있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 역시 이번 협상의 목표가 "러시아와 중국이 그린란드에서 결코 발판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확인하며, 미국의 전략적 의도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주인'인 덴마크와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골든돔'과 같은 안보 협력 논의는 가능하지만, 영토 주권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토 획득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소유권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실리를 취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접근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그린란드 카드'는 소유권이라는 정면충돌 대신 접근권 확보라는 우회로를 택했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국제 관계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일방적인 구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골든돔'이라는 당근을 앞세운 미국의 압박과 주권을 지키려는 덴마크의 저항 사이에서 북극의 빙하만큼이나 차가운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